사랑 15

추석

내가 기억하는 명절은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된 이후, 그리고 가정을 꾸린 지금이 다르다. 초등학교 때야 많지는 않지만 친척들을 만나서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다. 차멀미가 심했던 나로서는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은 고역이었지만 가서 같이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척들과의 만남은 뜸해지고 우리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뭐 그래도 어릴적 추억도 좋았지만 조용히 보내는 명절도 나쁘지 않았다. 가정을 꾸린 후의 명절은 꽤 괜찮았다. 어릴 적에 느끼던 시끌시끌함도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다. 작년까지는 말이다.  올해 내가 느끼는 명절은 복잡하다. 말과 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특히 이번 추석은 마음이 참으로 힘들다. 올해 추석은 조용히..

독백 2024.09.14

우리 조금씩 손해 보고 살아요.

사람은 본래 이기적이다. 아니, 모든 생물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이 이기적인 것에 불만은 없다. 그런데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므로 서로가 조금씩은 불편한 것을 감내하면서 살아가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지성이라는 것이 있다. 가끔은 이기적인 본능을 억누르고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게 된 원동력도, 우리와 동물을 구별해 주는 것도 인간의 이러한 이타심이다.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전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작은 불편함을 참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이다. 길게 줄서 있는 차량들 사이에 억지로 끼어들어 차량 흐름을 방해하거나 식당에서..

독백 2024.09.04

어떤 것을 해도 감흥이 없다

요즘은 무엇을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한때 나에게 기쁨을 주었던 일들—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일들—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고 생기 없이 느껴지며, 마치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 진정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고, 하루하루의 의무를 다하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공허함이 남아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나 공원을 산책하는 소소한 즐거움조차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 모든 감각이 무뎌진 것처럼, 세상이 흐릿하고 색이 바랜 채로 존재하는 것 같다. 흥분되거나 감동을 느끼지 않는 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다. 예전처럼 세상을 빛내주던 것들과 다시 연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손에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수평선을 ..

독백 2024.08.31

사람의 마음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것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아무런 의도 없이 한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은 의도로 베푼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솔직함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솔직함은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을 하자니 상대방이 입을 상처가 걱정이 되고 가만히 있자니 상대방의 오해가 깊어지는 것 같아 우리는 고민한다. 그래도 나는 대게 솔직함을 선택한다. 말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는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오해로 인한 상처는 서로에게 더욱 커진다. 솔직함은 당장은 말하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장기..

독백 2024.08.23

슈퍼 히어로

슈퍼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그리고 우리나라의 홍길동. 모두 일반인의 힘을 뛰어넘는 슈퍼 히어로들이다. 실제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들이 나오는 영화나 소설에 빠져든다. 엄청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역시 초인적인 힘을 가진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습에 우리는 환호한다. 때로는 우리에게도 저런 초인적인 힘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저런 초인적인 능력이 나에게는 없어서 다행이다. 내게 저런 초인적인 힘이 있다면 나는 그들처럼 헌신적인 삶을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며 스스로가 큰 힘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더욱 더 큰 자제력이 필요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스파이더맨 더군다나 내가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독백 2024.08.13

한 달이 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작한 블로그가 벌써 한 달이 되었네요. 먼저 한 달동안 꾸준히 글을 올린 자신을 칭찬합니다. 50이 가까워지면서 여러 가지 불안증이 생기고 그러면서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 자신의 가치관부터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블로그입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용들을 적다보면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개운한 감정도 듭니다. 써야할 소재도 찾아야 하니 제 주변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려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전부터 이렇게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은 형편없는 글 솜씨와 아직도 어려운 맞춤법, 띄어쓰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미래의 제게 남기는 글..

독백 2024.08.05

계획대로 된 것은 거의 없다.

삶이라는 것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흘러간다. 내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더라도 그리고 그 순간 순간은 계획처럼 흘러간다고 느낄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된다. - 계획대로 된 것은 거의 없다.그러나 계획대로 된 것이 없다고 해도 아무런 계획 없이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면 20대의 내가 그랬었다. 인생의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앞으로의 삶에 중요한 시작점에 있었던 20대를 나는 무의미하게 흘려버렸다. 그래서 그 대가를 30대에 톡톡히 치러야 했다.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는 나의 의도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당신이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동들은 당신이 계획하고 의도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독백 2024.07.24

윤회

불교에는 윤회라는 개념이 있다. 삶이 죽음 이후에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나의 삶은 이전 삶의 결과이고, 내가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다음의 삶을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즉, 지난 생의 업이 다음 생에 반영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이전 삶에서 꽤 괜찮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라면 다음 생에는 그에 걸맞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난 불교신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러한 개념은 꽤 흥미롭다. 이전 삶에 쌓은 선행으로 내가 지금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라면 지금의 삶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 나의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선행을 많이 쌓는다면 지금이 아니라도 다음에는 좀 더 나을 삶을 살 수 있다..

독백 2024.07.20

일탈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이 들 때까지 당신의 하루는 얼마나 다양한 사건들로 채워져 있는가?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하루를 돌아보면 생각이 나는 몇 가지 사소한 사건들은 있었겠지만 사실 어제와 비교해보면 별다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일을 하는 주중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거의 매일을 우리는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듯이 보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슷한 일들로 채워져 있으면 우리가 보낸 5일은 하루와 별 차이 없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쌓이면 1년의 경험은 1달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년을 마치 1달처럼 느끼게 된다.의미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때..

독백 2024.07.16

아이와의 관계

아이들은 자라면서 활동 영역을 점차 넓힌다. 부모의 품안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을 부모에게서 얻기에 부모의 말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이때는 갈등이 적다. 아이가 점차 크고 활동 반경이 커지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에게 100% 의존하지 않는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면서 부모의 품을 점차 벗어나게 되고 자신의 주장이 생겨난다.  여기서부터 부모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말을 잘 듣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말에 ‘아니야’, ‘싫어’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부아가 치민다. 반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만을 강요하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당연히 부모가 양보해야 한다. 아이가 달라졌으니 부모가 이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독백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