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14

추석

내가 기억하는 명절은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된 이후, 그리고 가정을 꾸린 지금이 다르다. 초등학교 때야 많지는 않지만 친척들을 만나서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다. 차멀미가 심했던 나로서는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은 고역이었지만 가서 같이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척들과의 만남은 뜸해지고 우리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뭐 그래도 어릴적 추억도 좋았지만 조용히 보내는 명절도 나쁘지 않았다. 가정을 꾸린 후의 명절은 꽤 괜찮았다. 어릴 적에 느끼던 시끌시끌함도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다. 작년까지는 말이다.  올해 내가 느끼는 명절은 복잡하다. 말과 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특히 이번 추석은 마음이 참으로 힘들다. 올해 추석은 조용히..

독백 2024.09.14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

10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일보다는 건강을 더 생각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20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네 삶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거야!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렴.” 30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네가 꿈꾸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너의 신념대로 살아가거라.”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은 한편으로는 내 삶에 대한 후회가 그 속에 묻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메여 있어 지금의 부족하거나 실패한 것의 책임을 과거의 나에게 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즉,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나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거의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제3자에게 ..

독백 2024.09.08

변한 건 나야? 날씨야?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집에 에어컨도 있고 대중교통이나 상점 안에 들어가도 에어컨이 나와서 더울 틈이 없지만 그래도 더웠다. 어릴 때 선풍기 한 대로 온 가족이 여름을 보내고 열대야에 잠을 못 이루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서 보냈던 기억을 생각하면 그 시절이 더위를 참기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느낌은 지금이 더 더운것 같다. 이런 더위 속에서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날씨가 더운 것 보다는 나의 더위에 대한 불편함이 커진 것일 수도 있겠다.에어컨을 비롯해서 쉽게 내 몸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현실에서 조금만 몸이 더워지는 것을 견뎌내는 힘이 약해진 것이리라. 20대에 소금물 마시면서 훈련 받던 군시절을 생각하면 더위보다는 더위를 임하는 나의 자세가 약해진 것..

독백 2024.08.29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해야 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라고 우리는 배워 왔다. 마치 열심히 살아야 성공할 수 있고 후회도 남지 않으며 열심히 한 것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런데 열심히 한다는 것이 정확히 뭘까?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중해서 내가 가진 온 힘을 쏟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사람도 직장에 들어가서는 혹은 개인 사업을 하든 그때와는 다르게 ‘열심히’ 산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삶에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열심히’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열심히 살아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불행..

독백 2024.08.17

인생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계획적인 A와 그렇지 않은 B가 있다. A 입장에서 보면 B는 대책 없이 삶을 산다.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매사 즉흥적으로 대처한다. B가 바라보는 A의 삶은 답답하다. 무의미해 보이는 계획만 열심히 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건 없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살아가다보면 어떻게든 잘 될거라 믿는다. A와 B중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어진 환경과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겨울을 준비하지 않는 베짱이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는 곳이 겨울이 없는 열대 지방이라면 어떨까? 또는 요즘처럼 엔터테인먼트가 대세인 시대에는 베짱이같은..

독백 2024.08.09

한 달이 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작한 블로그가 벌써 한 달이 되었네요. 먼저 한 달동안 꾸준히 글을 올린 자신을 칭찬합니다. 50이 가까워지면서 여러 가지 불안증이 생기고 그러면서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 자신의 가치관부터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블로그입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용들을 적다보면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개운한 감정도 듭니다. 써야할 소재도 찾아야 하니 제 주변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려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전부터 이렇게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은 형편없는 글 솜씨와 아직도 어려운 맞춤법, 띄어쓰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미래의 제게 남기는 글..

독백 2024.08.05

장래 희망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이 질문이 고등학생들이 미래에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단순화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는 한 고등학생의 글을 읽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이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에 잠깐이나마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그러한 반성은 다시 이제는 누구도 나에게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이 씁쓸해졌다. 이미 나는 ‘물리적으로는’ 다 컸으니 커서 무엇이 되겠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 묻는 사람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나 스스로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제 전체 인생의 반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나머지 반 혹은 최소 3분의1 이상이 남아 있..

독백 2024.07.18

일탈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이 들 때까지 당신의 하루는 얼마나 다양한 사건들로 채워져 있는가?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하루를 돌아보면 생각이 나는 몇 가지 사소한 사건들은 있었겠지만 사실 어제와 비교해보면 별다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일을 하는 주중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거의 매일을 우리는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듯이 보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슷한 일들로 채워져 있으면 우리가 보낸 5일은 하루와 별 차이 없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쌓이면 1년의 경험은 1달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년을 마치 1달처럼 느끼게 된다.의미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때..

독백 2024.07.16

늙어가는 것은...

누구나 젊음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입버릇처럼 ‘젊음이 좋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젊음을 원한다기 보다는 하지 못했던 일, 실패한 일 등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섞여 있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젊음을 그리워했었다. 20대의 활기차고 건강한 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지금의 내가 좋다. 예전만큼 힘도 없고 피부는 탄력을 잃고 흰머리도 많아졌지만 지금이 나의 전성기다. 몸은 비록 늙었지만 난 정신적으로 더 성숙했고 그때보다 지식과 지혜도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남아 있는 50대가 나는 기대된다.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정서적으로 아직 미성숙했던 20대에 비추어볼 때 지금..

독백 2024.07.10

행복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 소위 말하는 흙수저로 태어나 주변과 비교해서 나은 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도, 온통 삶이 비극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더라도 우리의 삶은 축복이다. 개미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삶이 부러웠던 적이 있는가? 한번쯤 지나가는 말로는 그럴수도 있지만 누구도 개미나 개처럼 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사람으로 이 세상에 왔다. 주변에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이 세상의 많은 생명체 중에서 그리고 아직도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이 삶의 성공처럼 보여지고 있지만 사실 그것이 절대적 진리는 될 수 없다. 자본이 지배하는 현 시대에는 돈이 모든 걸..

독백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