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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어릴 때부터 누가 취미를 물어보면 독서라고 했다. 진짜 취미가 독서인 사람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마땅히 내세울만한 취미가 없었다. 중학교때 잠시 추리소설에 빠진 적은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취미라고 내세울만한 것은 없었다. 대학생 때는 굳이 꼽자면 당구와 전자오락이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컴퓨터 게임이었지만 이를 남에게 얘기하기는 스스로도 창피하고 내 수준을 깎아내리는 거라고 생각해서 가장 무난하고 안해도 티가 안나는 독서라고 나와 주위를 속였다. 그런데 웃기는 사실은 내가 한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나는 책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세뇌시키며 억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새 방 두 면을 가득 채웠다. 여전히 난 내 취미가 독서라고 ..

독백 2024.07.07

추억

추억은 아름답게 미화되지만 대개 삶에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지난 시절을 떠 올리는 것은 잠깐의 즐거움을 주고 하물며 힘들고 고생했던 시간조차도 추억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면 보람되고 좋은 삶의 경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추억은 현재 내 삶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정체하게 만들며 나의 변화를 방해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추억에 묶여 있으면 변화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같이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들은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다. 그리고 달려가고 있는 그들을 변했다고 비난한다. 과거의 추억은 좋은 영화 한편 보는 느낌으로 남아야 한다. ..

독백 2024.07.06

친구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친구들 역시 그렇다. 각자 가족과 생활이 있으니 젊었을 때보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점점 사라지니 멀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었을 때 친구들은 무조건 불필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순하게 ‘친구가 필요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었느냐의 문제이다. 환경이 달라져도 여전히 공감해주고 날 위해 애써주는 그런 친구가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친구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친구가 있듯이 나쁜 친구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나쁜 친구와의 인연은 끊는 것이 맞다. 과거의 추억에 묶여 나쁜 친구들과 계속 엮이는 것은 나의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다. 난 내 친구들에게..

독백 2024.07.05

혼자 있을 때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아끼면서 살아가면 된다. 남들과 비교해서 조금 비참할 수는 있지만 비교하지 않고 눈과 귀를 닫고 현실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서 차분히 앞날을 준비하면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어지간하면 몸이 건강한 이상 혼자서 굶어 죽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궁핍하게 살아갈수는 있겠지만 자기 몸 하나 먹고 살아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일종의 정신승리 요법을 이용하면 된다. ‘지금의 나는 비록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돈은 지금 나에게는 없지만 돌고 돌아서 나에게 다시 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돈이 아니겠는가?’그런데 문제는 나 혼자가 아닐때이다. 만약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독백 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