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봐요.
어느 볕 좋은 가을, 토요일 오후 2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에 공원에 산책을 나왔어요. 한 손에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잠시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합니다.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가장 미소짓게 만드는 것은 역시 작은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입니다. 잔뜩 신이 난 아이와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은 항상 우리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오늘따라 커피 향이 너무 좋아 한참을 코로 커피향을 음미하다가 천천히 한 모금을 마셔봅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내 목구멍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니 내 마음도 같이 따뜻해집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느낌을 느꼈는지 커피를 마신 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를 짓습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맑은 하늘, 선선히 부는 바람을 같이 느끼면서 간간히 서로의 생각을 묻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 대화는 서로 공감을 구하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화입니다.
벤치에서 다시 일어나 천천히 걷습니다. 바람이 살짝 불 때마다 나무에 매달린 단풍과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떨어진 노오란 은행잎 하나가 내 머리위에 떨어진 곳을 보고 나와 같이 걷던 그 사람은 깔깔대며 웃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나도 같이 미소를 짓습니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가지 위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일부러 낙옆이 잔뜩 쌓여있는 곳을 걸어보기도 하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 걷기도 합니다.
잠깐 그 자리에 서서 뒤돌아 내가 지금 걸어온 풍경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걸어오면서 봤던 풍경과 뒤돌아서서 본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본 것과 느꼈던 것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일상의 근심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내가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내일 생을 마감한다해도 이 순간만큼은 천금과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이런 행복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는 이것을 작은 행복이라고 하지만 행복에 어찌 작은 것과 큰 것을 구별하겠습니까? 단지 이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 행복의 기회를 우리는 버리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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