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 뷰

친구들과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이전에 한 번 더 겪었던 장면처럼, 웃음소리, 대화의 주제, 분위기까지 낯설지 않다.

처음 가보는 길을 걷고 있는데도 어디선가 이미 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처음인데도 두 번째 걸음을 떼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말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데자뷰"라고 부른다. 과거에 겪었던 일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익숙함이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운다.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마치 현재와 과거가 뒤엉키는 듯한 기분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 데자뷰는 일종의 착각이다. 뇌가 새로운 경험을 과거의 흐릿해진 비슷한 기억과 혼동하며 익숙함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익숙함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특별한 순간을 경험한다. 일상을 벗어나 신비한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을 선사받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데자뷰를 단순한 착각이 아닌 전생의 기억이나 미래의 예지처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설명하고 싶어 한다. 마치 다른 시간대가 겹쳐진 듯한 그 순간, 우리는 그 익숙함 속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과학은 데자뷰를 착각이라 정의하지만, 그 감정이 주는 오묘한 느낌 속에서 우리는 각자만의 해석을 찾아간다. 어쩌면 그 순간은 잠시나마 우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신비를 경험하게 하는 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데자뷰를 과학으로 설명하는 순간, 그 낭만은 사라지고 만다. 사랑의 감정이 심장이 아닌 뇌의 화학작용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 사랑의 신비를 깨뜨리는 것처럼, 데자뷰 또한 단순한 뇌의 오류로 여겨지면 그 신비감은 흩어져 버린다.

 

때로는 설명하지 않은 채 남겨두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서 남겨두는 것, 그 신비로움이 우리의 상상 속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