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젊어지고 싶으세요?

talk2myself 2024. 9. 2. 09:07

10대들과 잠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내게 물었다.

 

“다시 젊어지고 싶으세요?”

 

“응, 아니, 음...잘 모르겠어.” 나는 몇 번을 대답을 번복하다가 결국 확실한 답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 ‘응’은 당연히 조금의 고민도 없이 나온 대답이었다.

‘젊어지고 싶은 건 모두가 바라는 거잖아. 젊어지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두 번째 ‘아니’는 앞에 했던 내 대답의 부정이었다. 젊어지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왜’라는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을 때 난 쉽게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을 가진 채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예전 젊은 시절의 내가 지금 시대에 살아가는 것은 조금 생각을 해 볼 문제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10대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의 현실을 과거의 나처럼 살아갈 자신이 없다.

수많은 방황을 겪던 나의 20대가 지금의 현실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젊어지고 싶습니까?’ 라는 질문에 그 자리에서는 확실하게 답을 하지 못했지만 이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 같다.

 

난 지금이 좋다. 지금 내가 20대 초반이라면 20여년 후에 지금의 나처럼 살아갈 자신이 없다. 현재의 아내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신도 없고 두 아이가 있는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모습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자신이 없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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