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엇을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한때 나에게 기쁨을 주었던 일들—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일들—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고 생기 없이 느껴지며, 마치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 진정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고, 하루하루의 의무를 다하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공허함이 남아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나 공원을 산책하는 소소한 즐거움조차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 모든 감각이 무뎌진 것처럼, 세상이 흐릿하고 색이 바랜 채로 존재하는 것 같다.
흥분되거나 감동을 느끼지 않는 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다. 예전처럼 세상을 빛내주던 것들과 다시 연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손에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수평선을 만지려는 것처럼, 모든 것이 멀게만 느껴진다. 이 무감각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나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이 열정과 흥분으로 가득 찰 필요는 없으니까. 어쩌면 이 무감각의 시기에도 조용한 성찰의 시간이 있는지도 모른다—끊임없이 감정을 쫓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있는 시간 말이다. 이 고요함을 받아들이면서 잃어버린 감정의 불꽃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그 감정들이 돌아오기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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