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먹는 것에 큰 즐거움을 두면서 살지 않았다. 그럴만한 여유를 내가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 어디를 가도 난 요리는커녕 고기조차 굽지 않는다. 관심도 별로 없지만 실력도 형편없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씩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여행을 간다. 코로나가 왔을 때에는 가지 못했지만 어느덧 10년이 되가는 연례행사이다. 남자들끼리 아침에 일어나 음식을 준비할 때도 나는 가만히 있는다. 내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친구들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미안한 마음에 설거지는 내 몫이다.
그런데 요즘 조금 바뀌었다. 여전히 내가 요리를 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지만 TV나 유튜브에서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음식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단순히 우리의 혀와 배를 즐겁게 만들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굉장한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요즘 이해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재료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요리사들은 예술가이다. 음식을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화가가 수많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요리사들도 수많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또한 음식의 예술적 요소이다. 갑자기 아내가 대단해 보인다.
난 음악적인 미술적인 재능이 평균의 한참 아래인 사람이다. 예술적인 재능이 전혀 없는 나에게 요리의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봤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한다. 나도 멋있는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주위 사람들을 위해 이번 생애에서는 자제하겠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는 예술적 재능이 내게 발현되었을 때 나는 요리에도 도전하겠다. 그날을 위해 ...... 칼질이라도 연습을 해야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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