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도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진다. 누군가에 대한 증오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고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시간은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우리 마음속의 미움과 증오를 옅게 만든다. 그것은 우리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묻어두면 결국 내 자신이 피폐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상처가 치유됐더라도 흉터는 남아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시간이 피해자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해주기는 하지만 가해자의 죄를 용서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혹 어떤 이들은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니 용서하고 이해하고 덮어야 할 것은 덮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마음이고 가해자의 반성이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가해자에 대한 단죄를 명확하게 하지 못했기에 아직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일제시대의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탓에 그들의 후손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호위호식을 누리며 그들 조상들의 친일 행위를 덮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거짓과 진실을 교묘하게 섞어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의 진실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국민들의 마음을 혼돈으로 몰아 넣는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친일 행위를 후손들에게 죄를 묻기는 어렵다. 다만 더 늦기 전에 그 후손들이 자신의 조상들의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명확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 우리의 역사를 보면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치욕스러운 일을 맞았을 때 우리 후손들에게 자신을 던져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늘은 광복절 79주년이다. 또 다시 언론에서 시끌시끌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잘못한 자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던 사실과 이들에 대한 명확한 역사 교육의 부재가 오늘날 많은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벌써 80년 가까이 온갖 방해 공작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죄를 내리는 것이 어렵다면 정확한 교육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진실을 알고 반성할 사람들은 반성하도록 만들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공부가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