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talk2myself 2024. 8. 11. 13:48

예전에 27살 즈음에 요즘 말로 여사친과 신촌에 타로점을 보러 갔었다. 재미삼아 갔었는데 점의 내용이 끔찍했다. 나에게 20살부터 삶의 내리막길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 당시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던 터라 그 말에 ‘뜨악’했다. 그리고 나는 그러면 언제 이 내리막길이 끝나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33살이었다.

그 당시 나는 6년이나 남았네 하면서 그냥 웃어 넘겼다. 그리고 33살에 그때 봤던 타로점의 내용이 생각났다. 그 당시 나는 내 삶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었고 불현듯 떠오른 그 점괘는 나에게 짧지만 희미한 희망을 주었다.

타로점을 봤던 사람이 용하다고 느끼는가? 지금은 찾아갈 수도 없다. 벌써 20년도 넘은 이야기니까!

 

 

우리 어머니는 점 보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리고 어느 점집에서 들었는지 입버릇처럼 자신은 세명의 아들 중 둘째와 같이 살게 된다고 하셨고 평생 배우자 없이 외롭게 사실 거라 하셨다. 지금 우리 어머니는 둘째와 살고 있고 평생을 외롭게 지내고 계신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저런 점을 보곤 한다. 재미로 본다고 하지만 내심 불안한 미래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주기를 기대한다.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희망만 가지고 있으면 괜찮다. 희망을 넘어 확신을, 그리고 그 확신으로 인해 현실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좋지 않은 점괘는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점괘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안 좋은 메시지는 내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 나의 무의식 속에 남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내 삶이 내리막길이라는 메시지는 내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평생 외롭게 지낸다는 점괘는 어머니 잠재의식 속에서 살아 남아 다른 사람들을 밀어 내며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의식은 생각보다 약한 면이 있어서 이런 저런 부정적인 메시지에 영향을 받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점괘의 내용에 연연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보지 말아라. 어떻게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겠는가? 또 그걸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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