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취미

talk2myself 2024. 7. 7. 15:31

어릴 때부터 누가 취미를 물어보면 독서라고 했다. 진짜 취미가 독서인 사람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마땅히 내세울만한 취미가 없었다. 중학교때 잠시 추리소설에 빠진 적은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취미라고 내세울만한 것은 없었다. 대학생 때는 굳이 꼽자면 당구와 전자오락이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컴퓨터 게임이었지만 이를 남에게 얘기하기는 스스로도 창피하고 내 수준을 깎아내리는 거라고 생각해서 가장 무난하고 안해도 티가 안나는 독서라고 나와 주위를 속였다. 그런데 웃기는 사실은 내가 한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나는 책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세뇌시키며 억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새 방 두 면을 가득 채웠다. 여전히 난 내 취미가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위해서 책을 읽는 비중이 아직도 더 높다.

 

그런데 취미가 무엇일까? 만약 주어진 일과 외 여가 시간에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취미라면 위에서 말한 것이 내 취미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일과 외의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이 취미라면 내 취미는 없는 것이 맞다. 위에서 나열한 것은 그야말로 재미있기도 했겠지만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으니까. 나도 더 늦기 전에 악기를 배워둘걸 그랬나 보다. 취미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면 더 고상해 보이지 않을까? 그림 그리기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최근 재미를 들인게 하나 있긴 하다. AI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디자인 하는 것이 재미있긴 하다. 물론 디자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퀄리티를 떠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틈틈이 재미나게 하고 있다. e-bay에도 몇 개 디자인을 해서 제품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하나도 팔리진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 이것도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혹시 이것도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닐까? 언제쯤 나는 주위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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